[시각예술 강의] 텍스트-사물 전시하기 (최영건 미술평론가/소설가)
✎﹏텍스트-사물 전시하기
책을 펼치면 어딘가 안쪽으로 들어서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물리적인 안쪽으로 진입하는 기분이요. 그런 기분을 따라 실제로 책을 물리적 공간, 전시 공간으로서 바라보는 작업들에 이끌리곤 합니다. 책이 전시 공간이라면 그 텍스트, 이미지, 공백은 전시 사물의 일종입니다. 텍스트의 사물성은 이렇듯 전시의 감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텍스트가 전시되는 것, 사물인 것, 물성을 지니는 것이라면 그것은 무엇과 닮아 있을까요. 앤 카슨은 파울 첼란의 시에 대해 “첼란의 시는 쓰인 것이 아니라, 새겨진 것이다(Celan’s poems are carved, not written).”라고 말합니다. 앤 카슨에게 그 시는 ‘Unlost(앤 카슨의 조어)’의 감각을 새겨 넣은 돌 비석 같은 것입니다.
한편 ‘고립된 장소’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레몽 루셀의 소설 『로쿠스 솔루스』는 허구적 사물들의 전시로서 작동합니다. 루셀의 언어 실험은, 번역된 한국어로는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언어 실험이 소거되며 남겨진 것은 허구의 전시 자체입니다. 루셀의 소설에서 이름을 따온 수건과 화환의 동명 전시와 그를 포함한 ‘전시 아카이브’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전시들을 수집합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텍스트는 기록과 유통을 위한 매개이자, 그 자체로서 수집되는 사물입니다.
아나소피 스프링어는 글 ｢Volumes: The Book as Exhibition｣을 통해 책을 전시 공간으로 바라보는 일에 대해 말합니다. 그에 앞서서는 울리세스 카리온의 선언적 작업이 자리하고요. ‘텍스트-사물로 전시하기’는 책을 전시로서 바라보는 이런 시선들에 기대어, 텍스트-사물을 감각해보는 수업입니다.
○ 커리큘럼
1강- 전시로서의 책(5/10 토요일)
아나소피 스프링어의 글 ｢전시로서의 책(Volumes: The Book as Exhibition)｣을 중심으로, 울리세스 카리온의 『책을 만드는 새로운 예술(The New Art of Making Books)』 및 관련 작업들을 살핍니다.
2강- 조각들(Fragments)(5/17 토요일)
울리세스 카리온의 책 정의에 따라, 디터 로스의 루즈-리프(Loose-leaf) 아티스트북 시리즈와 앤 카슨의 작업 등을 들여다봅니다. 책의 모습과 텍스트 전시에 대한 상상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핍니다.
3강- 찻물에 적신 페이지 (5/24 토요일)
앤 카슨의 작업 속에는 찻물에 적신 페이지가 있습니다. 찢어진 메모들이 있습니다. 텍스트를 전시하는 일과 그에 ‘몸’을 기입하는 일은 어떻게 맞닿아 있을까요? 앤 카슨의 하이브리드 작업들을 살핍니다.
4강- 텍스트-사물을 감각하는 일 (5/31 토요일)
레몽 루셀의 『로쿠스 솔루스』와 유디트 샬란스키의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머나먼 섬들의 지도』 등이 보여주는 텍스트-사물의 성질을 감각합니다. 루셀의 소설에서 제목을 따온 수건과 화환의 ‘로쿠스 솔루스: 구현되지 못한 기획서의 고독한 장소’ 전과 그 뒤로 이어져 온 ‘전시 아카이브’ 연작을 통해 텍스트의 사물성과 전시의 관계를 들여다봅니다.
○ 수강 대상
텍스트 수집과 소유, 유통, 전시를 상상하는 모든 분. 텍스트가 사물이라면, 우리는 그 사물을 소유할 수 있을까요?
일시 : 5/10~5/31 매주 토요일 14시~17시 (3시간*4회차)
장소 : 소리그림
✎﹏강사 소개
최영건 CHOI Yeongkeon
문학과 미술을 엮고 꿰는 사람. 숲에서 콜라주 ‘별 바다 물고기’를 오래 들여다본 사람. 문학의오늘 소설 신인상,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크로스로드 프라이즈, 쿨투라 미술 평론 신인상을 수상했다. 소설 『공기 도미노』, 『수초 수조』, 『연인을 위한 퇴고』, 산문집 『사랑으로 돌아가기』, 공저 『키키 스미스—자유 낙하』 등을 썼다.
✎﹏수강 안내
수강료 : 16만원 (토스뱅크 1001-4192-3518 김지환)
문의 : info@sorigrim.org
신청 : https://forms.gle/LsGgFysGyaSEWXcT6
* 신청서 작성 및 입금이 확인되면 신청이 완료됩니다. 신청 완료 후 안내 메일을 드리겠습니다.
* 본 강의는 5월 3일 23시 59분까지 환불이 가능합니다.
* 인근 주차장으로 묵정공원 공영주차장이 있습니다. 공영주차장 외에는 주차가 어려우니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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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그림 sorigrim
서울 중구 퇴계로45길 22-6 일호빌딩 4F,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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