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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기 독립영화워크숍 입문과정을 ‘공동작업’으로 마치면서 아지랑이 팀 조OO임
영화를 한답시고 디자이너와 미술을 하며 쌓아왔던 포트폴리오와 커리어를 내려두고 부족할 것 없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생각해보면 오로지 영화와 영상만을 고민하고 생각하던 올 한 해였다.
우연한 기회로 독협을 알게되었고 가성비있는 교육이라는 말에 가장 끌렸다. 저렴한데 빡세다고 하니 이만한 가성비가 없었다. 설명회를 듣기 전 지원할때부터 내 모든 일정일 워크숍에 맞추기로 결정했었다. 필수 참석을 강조했던 설명회에 참석했을때 나와 함께 할 동료가 있을수도 있겠다는 기대로 훑어보기도 하던 지난 날들이 기억난다. 전 기수였던 202기 회원 두분을 앞에두고 이십여명 중에 아무도 질문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두 분이 뻘쭘할까봐 쉬지않고 질문공세를 했다. 내 뒤에 있던 어떤 여성이 질문을 해주어 약간의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O형님이었고 내 바로 옆자리에 O란님이 그리고 그와중에 지각을 했던 사람이 이번 기수 O반장을 맡은 단님이었다. 재미있는 건 첫 날 수업과제였던 '내가 추천하는 한국영화 5편'에 답글을 달았던 사람이 세 명이 있었는데(아주 정성껏) 그 세 명이 고스란히 아지랑이팀의 촬영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우연인지 운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착하게 잘 살아야겠다.. 작은일도 허투로 하지 말자는 생각을 다시금 곱O게 되었다.
2차 실습을 위해 세 개의 팀으로 나뉘고 난 뒤 약 두 달간 내 머릿속은 온통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생각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그저 그런 경험이나 좋은 추억을 쌓으려고 이 곳에 참여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영화라는 산업에 종사할까 하는 경계선에 서있었기에 매 순간이 고민의 연속이었고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했다. 바쁜 일정들이 계속해서 몰려오기 때문에 다음 일정에 대한 차질이 생기고 팀원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그토록 좋아하던 술도 자제했다. 그래서 그런가 나중에 들어보니 나를 굉장히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회원도 몇 있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다른 팀들과 소통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으며 그만큼 확실하게 준비를 하고싶었다. 그런 폭풍우같은 일정속에서 짬내서 지원하고 면접을 봤던 영화제작,배급사 엣나인필름 디자이너로 최종합격 했지만 입사일이 워크숍 일정과 겹쳤으며 워크숍에서 내가 기획한 이야기에 마침표를 제대로 찍고싶어 취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2차실습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그렇게 집중하고 준비를 한 후 마침내 촬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1회차 촬영 후 2회차 촬영 당일 새벽에 고심해서 선정했던 한 배우가 수 많은 비난과 함께 프로덕션을 떠나버리며 한 달동안 날밤을 새며 준비했던 모든 것들이 단 한 순간에 날아 갈 뻔한 순간도 있었다.
탈주한 배우에게 현장에서 프로덕션을 향한 맹비난을 먼저 들었던 동근역을 맡았던 내 친구가 날 앉혀놓고 하는 말이 너 잘하는거 있는데 영화 배우겠다고 이 바닥와서 영화할거면 어디가서 무시당하진 말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프로덕션이 시작되고 이후 작업을 대하는 모든 과정들이 내게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괴롭고 힘든 시간들이었다. 남은 모든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온 몸을 다해 너무나 열심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고 있던 팀원들이 자꾸 눈에 보였고 서로가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동작업이야. 공동작업! 여전히 O선생님의 제스쳐와 약간은 상기된 목소리톤이 귓속을 맴돈다.
모두가 이 공동작업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가 달랐고 대부분은 이런 공동작업도, 영상제작도 해 본 경험이 없었다.
각자 작업물에 동등하게 관여할 수 있으며 각각의 의견들이 수용되어야 마땅하다. 그런 각각의 전혀 다른 관점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고 설득의 연속이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과정들이 반복되고 수많은 회의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 어떤 사람은 이런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거나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하고 나 또한 그런 사람중에 하나였다. 대안 없는 비판들이 날카로운 칼이되어 힘겹게 모아지고 있는 의견과 생각을 단 한순간에 부정하며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건강한 방식으로 설득하려 노력했고 더 진득하게 지겹게 상대방을 설득하는 사람이 승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임했다. 여기서는 워크숍 내에서만 설득하면 되지만 앞으로 영화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감상자와 소통을 하게 된다면 감상자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그때는 이런 구질구질한 말이며 텍스트들도 없다. 오로지 단 한 편의 영상만으로 감상자들은 창작자와 작품에 대해 평가할 것이다. 영화는 공동작업이라는 것은 영화는 설득을 하는 일이라는 것과 같다. 내 생각이 익숙치 않은 타인에게 내 생각이 익숙해지게끔 만들고 더불어 재밌는 것이라고 설득해 나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우리 사회는 다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이고 또 그 아래 수많은 공동체와 공동의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공동작업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작은 공동사회의 일원이 되어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고 최선을 다해야하고 다른 영역을 침범을 하면 안된다는 O쌤의 말들이 이제야 와닿는다.
□ 지난 독립영화워크숍 입문과정으로 공개된 https://cafe.naver.com/inde1990 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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