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과정으로 왜 공동작업을 하는 걸까?

inde1990@naver.… 0 3,072 2021.10.22 16:51
독립영화워크숍 공동작업 입문과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95기 김O환)

독립영화워크숍은 입문과정으로 왜 공동작업을 하는 걸까?
수료 이후, 독립영화워크숍과 같은 형태로 영화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문 상황에서 공동작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상적인 영화 작업의 한 형태로 표본을 만들고 싶어서?
영화가 누군가의 한 개인의 작업이 아닌 공동체 작업으로서의 의미를 확인하고 싶어서? 아니면 비전공자들 혹은 영화 입문자들을 위한 가이드를 위해서?
한 사람이 다 짊어지지 못 할 짐을 나눠 갖기 위해서?
한 사람의 생각 보단 여러 사람의 생각이 더 풍부해 질 수 있기 때문에?

공동 작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1차부터 시작하여 4차까지 그리고 그 후로도 독립영화워크숍의 모든 일들은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자신만의 영화를 꿈꾸며 왔을 사람들에겐 독립영화워크숍의 공동 작업은 낯설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의 엔딩 타이틀은 연출은 누구며, 촬영은 누구며, 조명은 누구며 등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독립영화워크숍의 크레딧은 만든 이들은 누구다로 끝난다. 우리는 독립영화워크숍 밖의 한 사람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상업적 영화 시스템에 너무나 익숙해 있다. 그래서 독립영화워크숍에서 하는 모두의 이름의 영화가 낯설다.

누구나 똑같은 재능을 갖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연출에 어떤 사람은 촬영에 재능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런 방식이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펼치지 못하게 만든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그래서 자신의 알지 못한 부분을 알게 되었다고도 한다. 독립영화워크숍의 공동 작업은 예를 들어 5명이 모여 영화를 만든다면 각자가 모두 자신의 맡은 바를 100% 해 낼 때 500%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50% 밖에 하지 못하고 그 부분을 다른 누군가의 150%로 채워야 한다. 그 때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100%가 아니다. 상대적인 100%다. 나의 100%가 다른 사람에겐 겨우 50%로 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자신의 능력껏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100%를 만들면 된다. 협업이란 그런 것이다. 아쉽게도 함께한 친구들 중 이런 독립영화워크숍의 공동 작업이 버거워 또는 회의를 느껴 그만 둔 사람도 있었다.

공동 작업을 하려면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된다. 아직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자신이 어느 부분에 재능이 있고 잘해낼 수 있는지. 우리는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어쩌면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본다. 이것은 확실히 장점이다. 다양한 파트를 해 보면서 흥미와 적성을 찾는 것은. 물론 그것이 연출과 촬영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각자가 꿈꾸는 영화작업의 실재를 경험해보는 과정으로서 수평적인 위치에서 몇 개월간 함께 땀을 흘려보았다는 것은 진귀한 경험이었다. 자신의 생각이 호응을 얻을 때도 있었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더 좋은 선택과 방법을 발견하기도 했다. 각자 안에 넘쳐나는 영화적 상상력과 에너지, 그리고 방법에 관한 여러 가지 것들을 그러한 과정들을 통해 정반합으로 발전시키기도 하고, 또 시행착오도 겪으며 자신의 생각을 검증받고 객관화 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때로는 눈물과 아픔을 불사하는 격한 토론도 오고갔지만 그것들을 통해 비로소 우리 안에 영화적 내공이 들어설 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았나 싶다. 책임과 대가, 역할에 대한 윤리적인 부분에서부터 소통과 교감을 전제하는 작업적인 특수성까지 짧은 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영화를 좋아하고 감상하는 것과 만드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도 육체와 정신의 고됨을 통해 피부로 느꼈다. 그토록 많은 이들의 시간과 땀이 투자되는 공동작업인 만큼 과연 영화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미심장한 깨달음까지 자연스레 찾아왔다. 독립영화워크숍의 공동 작업을 통해 앞으로 해쳐 나가야할 정글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어떤 힘의 원천이자 ‘영화의 영혼’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비롯한 영상산업의 도처에는 영상매체의 매력과 명예, 화려함 등에 경도된 열성적인 젊은이들이 참 많다. 그러나 실제로 일을 하며 ‘영화의 영혼’을 지닌 이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영화워크숍에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의 미래도 격려하고 긍정하려고 한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관객과 깊이 공명하는 영화들을 만들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공동 작업의 진행은 더디다. 모든 구성원의 의견이 종합되어 하나로 다듬어지기까지, 격하거나 지루한 시간의 연속이 될 수 있다. 최종 결과물마저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고를 기대하긴 힘들다. 언제나 주어진 상황 안에서의 최선을 추구할 뿐이다. 때로는 지친 과정 속에서 다 같이 포기해 버려 결과를 더 아쉽게 만들기도 한다.

공동 작업의 역할은 덜 전문적이다. 일정 부분 안에서 역할 분담이 뚜렷하긴 하지만 또 다른 상황에서는 전과 다른 역할을 맡을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상대적인 책임감도 덜하다. 단지 손이 모자랄 뿐 자신과 같은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주위에 있음을 은연중에 의식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동작업의 의미는 있다. 작업 시스템(형태) 자체의 향후 연결을 지적하며 ‘쓸모없음’이나 ‘낙후’라 평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공동 작업의 단면만을 본 의견일 뿐이다. 독립영화워크숍은 영화 입문자들을 위한 경험의 장(場)이다. 그런 초심자들을 위한 배려가 바로 공동작업 시스템인 것이다. 경험이 많은 이들에겐 답답하고 경직되고 덜 합리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한 발 한 발 내딛는 새내기들에게는 모두가 같은 입장에서 서로 의지하며 배우고 서로가 선생으로 가르칠 수 있는 보다 편안한 환경인 것이다.

처음 배우는 이들이기 때문에 모든 것에 익숙하지 않다. 이론이며 장비며, 그리고 더 중요한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하지만 공동 작업 안에서 각자의 의견을 내고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고, 같이 판단하고 선택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또 그런 서툰 시작에서 ‘우리’라는 이름으로 ‘영화’라는 것을 남겨낸다. 다른 어디에서도 독립영화워크숍과 같은 공동 작업의 형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토론과 협업, 사람과 사람 사이 유대와 관계를 맺는 시간들은 사회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있는 아주 중요한 사회 과정이다.

독립영화워크숍은 영화 중급자들을 양성하는 학교가 아니라 영화 하려는 입문자들이 모여 사람과 그 관계를 배우는 곳이다. 하기에 그 안의 공동작업은 더 의미 있다. 영화 역시 사람과 그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 지난 20주년 독립영화워크숍 자료집에서 ‘공동작업’에 관한 글' 입니다.

물론, 누구나 영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영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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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작업으로 영화라는 물고기 잡는 법을 배워 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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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월) 10시 개강, 독립영화워크숍(공동작업 입문과정)으로 참여 회원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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