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의 무덤 연극 후기> 오랜만에 본 제대로 된 연극!

myidlosa 0 2,519 2013.09.14 15:37
이번주 수요일에 연극 <말들의 무덤> 표에 당첨되었다는 문자가 왔더라구요. 그래서 부랴부랴 목요일에 미리 잡혀있던 약속을 취소하고, 연극 당일 혜화역에 있는 '대학로 예술극장'에 갔습니다. 제가 연극광(狂)도 아니거니와 그동안 연극을 아주 많이 봐온 것도 아니어서 이런 평을 내리기에는 많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연극을 보고온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 주에 제가 많이 바빠서, 좋았던 점을 짧게 말씀드려보자면...

우선, 대학로 예술극장 자체가 큰 건물이었습니다. <말들의 무덤>은 전체 2층으로 구성된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는데요, 관객석만큼이나 큰 무대에서 연극이 펼쳐져서 일단은 숨통이 탁 트였습니다. 지난 번에 친구와 어느 소극장에서 연극을 보았는데, 그 극장은 정말로 매우 작은 소극장이어서 연극 자체는 참 좋았지만 보는 내내 (환경적으로)답답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거든요(지극히 개인적인 생각...)ㅜㅜ 그래서 '아 다음에 또 연극을 보게 된다면 좀 큰 곳에서 보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품게 됐는데, 그 소망을 이번에 이룰 수 있어서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ㅎㅎ. 또 무대가 넓었기 때문에 그만큼 배우들의 동작 또한 특별한 제약을 받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동작들이 상징적 의미를 많이 지니고 있긴 했지만) 배우들의 몸짓을 통해서도 많은 것들이 전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전쟁 때의 여러 학살로 인한 피해와 피해자들의 아픔을 '실제 피해자들의 녹취록 재현'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서 참 잘 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진술한 말과 행동을 배우들이 재현해 주었는데, 참 생생함이 넘쳤고 '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님들이 겪으신 전쟁의 아픔이란 것이 저런 것이었겠구나'하는 생각이 연극을 보는 내내 들었습니다. 한국전쟁을 겪으신 분들이 경험하신 것들이 교과서에서 보았던 것 그 이상이구나 하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사투리 사용이 참 많아서 내용 전달이 그리 잘 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제가 연극을 어머니와 함께 보러갔는데, 50대이신 저희 어머니께서도 사투리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물론, 연극에서 사투리를 많이 사용한 의도가 '전쟁의 생존자들이 남긴 녹취록을 최대한 그대로 재현하여 더 진실하고 생생하게 사건과 그 울분을 전달'하려는 데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연극이 서울 종로구에서 행해졌고,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이 계시기는 하였지만)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연극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의 전달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사투리의 사용을 좀 더 줄이거나 더 쉬운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발성 자체는 참 좋았지만, 발음이 그렇게 명확한 편은 아니어서 전달력이 더 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배우분들께서 하신 모든 말이 귀에 다 들리긴 하였지만, 발음이 부정확하여서 귀에 쏙쏙 들어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발음이 좀 더 명확하게 잘 되었다면 사투리 사용이 많았어도 내용 이해가 좀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위의 두 가지 점을 제외하고는 연극 <말들의 무덤>에 대체로 만족하였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에 연극의 제목이 지닌 의미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목요일 저녁 시간을 이렇게 의미있게 잘 보낼 수 있게 해주신 '씨네21'측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고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또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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