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에게

구름 0 190 2023.05.17 18:32
부러운 로맨스다. 떠난 자의 소망을 남은 자가 이룬다는. 배툭튀 수염까지 하얀 노인을 받아들여주는 늙은 젊은 무용단원들의 열린 사고방식도 부럽고. 아비의 건강을 염려하는 자녀들의 극성도 부럽고. 자녀들의 열화와 같은 효도를 속여넘기며 웃음을 주는 할배도 귀여웠다. 초장엔 아, 저게 춤이고 공연이 될 수 있나 싶은 할배의 허우적을 예술로 받아들이는 게 과연 불란서인가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잼없는 영화 최악의 조합이었던 불란서, 상 받은 영화도 나쁘지 않다는 결론이다.

은퇴할매의 억지 스케줄 봉사활동 시간까지 조절하며 경기도에서 서울 한복판 막히는 버스로 두시간을 간 보람이 있었다. 1인당 2매라더니 혼자 간 날 보고 별말 없이 표1장만 주니. 파트너 구하느라 애썼지만 실패하고 뭐라 변명하나 신경썼던 내가 머쓱하리만큼 가벼운 맘으로 봤다. 근데 그렇게 남는 표는 어디로 가는 걸까? 내가 병가 내고 병휴직한 거 안 알리고 같이 영화볼 사람 하나가 없구나 외로웠는데, 주인공 할배가 나처럼 혼자여도 주변에 그리 많은 사람들이 걱정해주니 동병상련 엄청 부러워하며 봤다. 영화는 해피엔딩이었지만 현실은 죽을 때를 기다리는 혼자만 만족하는 고독사라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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