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후손들 후기 : 남산예술센터의 주인은 누구이며, 극장은 무엇을 위하여 존재해야 하는가?

danny13 0 1,175 2019.09.27 13:47

사회적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해학적인 풍자로 그려내는 정극과

과거의 시대적 아픔을 통해서 용서와 화해의 미래를 그려내는 예술작품을 발표해온 남산예술센터.

공공극장으로 10년간 여러 작품을 선보여 왔으나 드라마센터와 남산예술센터라는 두개의 이름을 가진 아이러니와

조선왕조 이래의 국유지가 사유지로 변경된 석연치 않은 과정을 통해서 소유권분쟁과 존립위기에 처한 극장의 주인은 누구이며,

극장은 무엇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지 문제를 제기한 시도를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숙부 클로디어스의 야심과 숙부와 재혼하여 현실을 외면하는 어머니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축배를 드는 오만한 자들이라면,

복수에 주저하고 제자리에서 맴돌며 공허한 말을 토해내는 무기력한 햄릿은 법적 절차 때문에 친일 재산 환수와 과거사 청산을

미루며 존폐의 기로에 선 극장의 운명을 민주공화정체와 선거 민주주의에 맡기는 시민들의 무관심이야말로 오만한 후손들이 아닐까요?


존재해야 하는가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들키지 않은 도둑질의 피해는 결국에는 누군가가 대신 짊어져야 한다는 명쾌한 논리와 함께

친일과 반공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당시 시대 상황속에서 한국 현대 연극의 발전과 연극 인재의 양성,

희곡을 선보일 극장의 건립을 추진했던 동랑 유치진의 공로와 과실을 인정하고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뒤틀린 과거의 시간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남산예술센터의 정체성과 그동안 발표해온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으로서 조속히 소유권분쟁이 해결되어

굴곡지고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고풍스러운 건물에서 후손들이 자유롭게 연극을 관람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멋진 연극과 만날 수 있게 해주신 씨네21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연극 관련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연극을 좋아하는 분들께 꼭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