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나움'. 예수의 두 번째 고향이라고 불리울 만큼 기독교 성서에서 예루살렘 다음으로 자주 언급되는 지명.
즉, 모두가 신의 가호 아래 자신의 운명을 그에 맡긴 채 살아오던 곳.
그러나 이제는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 어느 골목의 하늘을 어지럽게 수놓은 전선 줄.
그 사이에 걸려 있는 앙상해진 십자가를 미처 올려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는 곳.
영화는 내내 주인공 '자인'이 속한 세상의 적나라한 악(惡)을 늘상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도금하려드는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꼬집는다.
시스템의 부조리와 그것에 익숙해져있는 삶이 얼마나 메마르고 안타까운 결과를 낳는지, 생생히 목도한 기분이었다.
마지막 자인의 미소는 그래서 더 햇살 같고, 여운이 남는다. 좋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