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처의 감각

kosh1 0 1,245 2018.04.07 15:22


삼국유사 웅녀신화를 모티브로, 인간의 모습 중 반은 곰의 습성과 같다는 상상 속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다룬 연극 <처의 감각>

주인공 '여자'는 어릴 적 곰과 함께 살다가 숲에 버려진 '남자'와 동침 후 아이를 낳는다. 이후 여자는 곰의 세계를 떠나 남자와 함께 인간세계로 간다. 여자는 인간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타인을 끊임없이 짓밟는 인간의 본성과 마주한 후 환멸을 느껴 다시 곰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내용.

총15막으로 구성되어 각각의 막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무용이 인상적입니다. 상당히 잘 한다 싶었는데 현대무용을 전공한 배우들이 연기한 것이라고 하네요. 특히 여주인공역의 배우분은 첫 연극도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집중력을 보여줍니다.

줄거리만 들으면 간단해 보이지만 막이 워낙 많고, 곰과 사람이 번갈아 언급되다보니 헷갈리는 것도 있습니다. 여자의 인생을 아우르는 한편의 대서사적인 느낌이 있어요. 자신을 돌봐주던 곰을 버리고 인간 세계로 갔지만 결국 무참히 짓밟힌 후 자신도 버림을 받게 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자가 무조건 불쌍한 것도 아닙니다. 남자의 모습도 이해가 아주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사람 다 불쌍해 보입니다.

남여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조연 배우들의 연기력도 워낙 탄탄해서 인터미션 없는 120분이라는 공연이 크게 지겹지 않습니다. 이렇게 관객을 집중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연출의 힘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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