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본다-SF가 아닌 현실의 비극

thrill5 0 1,472 2017.05.14 19:26

수단에 불과한 과학을 이용하는 인간들은 항상 과학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알리는 데 열을 올릴 뿐, 그 과학으로 사회상이

어떤 방향으로 변하는지에 대해서 철학적, 윤리적 고민과 신중함을 발휘하지 않기 마련이다. 천민자본주의가 잠식한 현대

사회에서 수단은 목적을 정당화 하고 현실 사회의 신상이 가상 세계인 인터넷이라는 무한대의 도구에서 개체로서의 인간은

더 이상 인격을 지닌 존재로 존중받지 못한다.

일부 사이트에서 가입한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통째로 탈취 당했다는 뉴스가 더 이상 낯설지 않으며 특히 이동이라는

편의성으로 단기간에 11개 이동전화를 보유한 상황에서 종종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린 시대다.

개인정보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닌 상품정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보를 악용할 범죄자들 대부분이 갖고 있으며

인터넷, 모바일은 물론이고 국가의 공공기관에서 구축된 인터넷이나 인트라 망에 저장된 무한대의 정보들은 해커가

두들기는 키보드로 그 실체가 공개되는 것은 물론 바이러스의 전송으로 정전, 화재와 같은 재난을 유발할 가능성도 엄청

높아졌다.

개인의 존재가 유명무실한 시대에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공공기관에서 설치된 폐쇄회로TV 는 목적의 타당성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존재가 TV화면 배후에 있는 이들에게 감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SF작품들에게 끊임없이 제기된

통제된 사회의 한 단면이다. 폐쇄회로TV의 보편화로 사생활부재가 주목을 받기 전 20세기 현대인들은 산업혁명이라는

문명적 진보의 혜택을 받는 대가로 일상의 천편일률에 처한 슬픈 운명이다. 농업에서 사무직인 3차 산업으로의 급격한

전이는 대도시 수많은 사무직 근로자들을 양산해 냈으며 엄청나게 몰려든 대도시의 인구들은 통근 수단으로 지하철,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 기계 문명의 부흥이 인간의 고된 노동의 해방을 위해 고안, 발전 되었으나

일상의 고착화는 범죄자들이 범죄대상을 물색하고 계획범죄를 저지르는데 최적의 조건을 제공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20세기부터 고착화된 현대인들의 보편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일상에다 21세기 산업혁명에 버금갈만한 IT 기술의 융성은

21세기에 현대인들을 더 잘 감시하기 위한 제레미 벤담의 판옵티콘의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대사회에서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조 워커는 여느 때처럼 지하철을 타고 부동산 회사 그레이엄에서 퇴근하다가 자신의 사진이 실린 데이트 사이트 광고를 보고 자신의 신분이 도용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공공기관의 CCTV 뿐만 아니라 개인들이 갖고 다니는

휴대 전화의 사진 촬영 기능은 거대한 국가 조직뿐만 아니라 타인 간 익명성 속에서 서로가 감시의 대상이 된 끔찍한 실상을 보여준다.

조가 자신의 사진이 도용당했다고 교통 경찰국의 켈리 스위프트에게 신고를 하고 작품은 몹쓸 사건이 발생한 현대 사회의 일상이 결코 안전하고 치안이 완벽하게 보장된 사회가 아니라는 걸 세밀하게 묘사한다. 조가 일상을 보내는 상황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불안함 속에서 악몽, 신경과민 등에 시달리게 되고 켈리는 교통 경찰청을 나와 일반 수사 경찰로

일하는 와중에서 현대 사회의 사이버 세계에서 벌어지는 온갖 범죄를 목도하게 된다. 신분도용은 물론이고 그로 인한

진범의 신분 세탁과 회피 등 범죄자들의 악의의 범위가 가상 세계의 무한대만큼이나 무제약인 것이다.

작품 중간에 있는 회색 페이지에 있는 범죄자의 독백은 현대인들의 무미건조한 일상을 묘사하며 현대인들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모습을 조롱한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모습 자체도 가관인데다 그 공간에서 하는 짓이라곤 휴대폰

액정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범죄자가 악의를 갖고 바라보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범죄자는 그런 이들 중 남성들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여성들을 매춘부처럼 묘사해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여인들의

통근환경, 외모 등의 신상을 불법 거래하며 특히 그런 불법 거래로 엄청난 수입까지 올리게 되는 형국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이를 예감한 SF 작가들의 선견지명에 감탄함과 동시에 전직 경찰로서 현대 사회의 사이버 범죄가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세밀하게 작품을 집필한 클레어 맥킨토시의 강렬한 작품 나는 너를 보고 있다는 인간의 시 지각이 가상

세계까지 확대된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일상의 자화상이다. 제목 그대로 가 많아진 상황에서 범죄인인 나는익명성 속에 안위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어리석음과 사회에 대한 조롱으로 일반인들의 불안을 유발하고 경멸한다. 아울러 이 사이트 자체가 불법임에도 신고를 하지 않고도 수많은 이들이 접속해 대금을 지불하고 여성들과의 관계를 원하는

남성들의 모습은 이지러진 성욕을 보여주고 외로움을 순수한 감성이 아닌 천민자본주의에 입각한 물질적 수단으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선도 현대인들의 저열함을 드러낼 뿐이다.

감시당하는 개인의 고통을 묘사한 작품은 최종적으로 말미에서 감시로 발생한 불신과 불안으로 현대인들의 관계가 더

비극적인 방향이 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은 신뢰관계를 심도 깊게 쌓아나가야 함을

의미하지만 인간관계의 확신 없이 살아야 하는 씁쓸한 현대인의 궁극적인 문제를 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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