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컨덕트 후기입니다. (스포일러 주의)
jowkju
영화
0
2,797
2016.03.31 00:40
영화 초 중반까지의 전개에 매우 만족했습니다. 제약회사의 임상 실험 조작과 내연녀의 납치극이 벌어지면서, 너무 뻔하지 않은 장면들이 연출될 때 재미를 느꼈습니다. 수사물에 멜로물을 더한 느낌, 거기에 결혼 생활을 잘 이어가야 하는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이.. 잘 버무려져 있었습니다. 적당히 자극적인 장면도 끼워 넣으면서 중반까지 이 영화 꽤 잘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오락영화로서.
그런데 우리의 히어로 이병헌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다소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왜 이병헌은 극중 살아 숨쉬는 주요 인물로 등장시키지 않고, 비밀스럽고 뭔가 사연이 있을 법한 인물로 잠깐씩만 등장할까? 안소니 홉킨스와 알 파치노가 매우 대단한 배우임에 틀림없겠지만, 그들이 주는 포스 이상으로 좀 더 광적인 연기나 일상적인 연기도 매우 훌륭하게 소화시킬 수 있는 배우라고 믿기 때문인지 그 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헐리웃 영화의 국내 흥행을 위해 히트맨은 한국 배우로 하자는 지극히 마케팅 차원의 섭외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이병헌은 히트맨인데.. 겨우 변호사 나부랭이한테 초크를 당해 죽음을 맞다니요..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병현이형 근육 무시하나요? 짧아도 근육은 큽니다 ㅠㅠ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헐리웃 영화의 흥행을 위해 국민 배우가 그저 이용 당한 느낌이 들어 씁쓸했습니다. 히트맨이 대놓고 오토바이 굉음을 길바닥에 뿌려댈 때도 민망함을 느꼈습니다. 아니, 어느 정신 나간 히트맨이, 나 사람 죽이러 와서 공포감 주려고 이렇게 ㅈㄹ 떱니다.. 하고 광고를 할까요..
이 영화에 대한 실망감은 변호사 더하멜이 히트맨을 무찌르고 와이프를 들어업고 병원에 들어갔을 때 극에 달했구요. 이 때 별수없는 헐리웃 영화라는 느낌. 그리고 후반부, 짧은 시간에, 별안간에 알파치노가 사주했다는 걸 해커 친구를 통해 알아채 버린 더하멜.. 이후 알파치노의 권총 자살.. 매우 설득력없는, 단지 반전을 주고 싶어 안달난 듯한 전개에, 이 영화에 주고 싶은 별들이 우수수 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결론: 초, 중반까지는 좋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설득력 없는 전개. 이병헌만 불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