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사라진 사람들 시사회 후기 입니다. (스포일러 주의)

jowkju 0 2,221 2016.02.26 23:22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제 감상평입니다.

염전 노예들의 실상을 취재하러 섬으로 들어간다는 취지는 어느 방송사의 다큐 프로를 연상케 합니다. 이미 언론에서 크게 다뤄졌던 소재이기 때문에 굳이 핸드 헬드 기법이 필요했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종류의 범죄실상을 파헤친다거나, 미스터리한 세계를 취재하러 들어가는게 아니잖아요. 게다가 카메라 촬영 초보자인양, 취재 여기자는 평범하게 움직이는데 얼굴을 줌인 했다 줌아웃 했다, 장난을 칩니다. 마치 니들이 지금 보는 영상은 카메라맨이 들고 찍고 있는 거야~ 알겠지? 하고 티라도 내고 싶은 양. 박효주 얼굴은 왜 자꾸 줌인 했다 줌아웃 합니까.. 진짜 다큐라면 주인공은 기자가 아닌데..
카메라 촬영본을 통해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영화도 아닙니다. 마지막에 결국 중요한 장면은 그냥 다 보여주잖아요. 핸드 헬드 기법으로 어지러움만 가중시킨 듯합니다.

염전 노예로 15년간 살았던 바보 총각이 사실은 연쇄살인마였다... 라...
그 짧은 반전의 충격을 주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참, 결과에 비해 수고가 너무 많았다.. 라는 생각입니다. 자기 진짜 이름을 발설하자 마자 섬 사람 전체를 다 죽여버릴 수 있는 살인마가.. 15년간을 염전 노동을 참고 견뎌낸다구요? 게다가 섬 사람들로부터 매질을 당하고 일부러 바보 흉내질을 하면서요? 참을 인을 새기고 새기며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왜 살인 앞에서는 참을 인을 3번 못 새겼을까요..살인을 좋아하는 사이코패스라면, 15년 동안 그 섬 사람들 보면서 살인 하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냈을까요. 바보 짓에 재미라도 붙였나요.
염전 노예와 연쇄살인마를 더한 발상은 농담으로 그냥 얘기하고 지나갈만하지,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놓고 보니,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얘기를 영화로 만들었네? 라는 생각입니다.

추가로, 영화의 대사가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연극적이라고 할까요, 문어체적이라고 할까요, 상투적인 대사들이 너무 빈번합니다. 살아있는 인물들로 채워넣었다는 느낌이 아니라, 마치 앞의 두 가지를 더한 그 발상만 중요하지, 나머지는 고정화된 캐릭터들로 채워넣고, 이야기의 결말에 대해서도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다.. 아니면 그 외에 더 할 얘기는 없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이 영화와 비슷한 소재로, 섬과 살인사건을 다뤘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정말 수작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배성우의 연기도 더 빛을 발했구요. 짐승처럼 살아가는 인물에 대한 좀 더 디테일한 묘사들이 있었구요. 그리고, 김복남 님께서 문득 고개를 들어 내려쬐는 햇볕을 보자, 정신이 홱 돌아 억눌렸던 분노를 폭발시키며 짐승처럼 살인을 시작한다... 이게 훨씬 설득력이 있어보입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참 걸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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