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여성극작가전-그때 그 사람들

zzomok 0 2,388 2013.02.14 15:02
제1회 여성극작가전은 1세대의 여성극작가를 추모하기 위해 1.5세대의 여성연출가들이 헌정하는 연극제였다. 연극제 첫 번째 첫날 공연......박현숙 작가의 '그때 그 사람들'이다. 이 작품은 2009년 3.1절 90주년을 기념하며 기억의 저편으로 잊혀진 순국선열들을 기억하기 위해 쓰여졌다.

연극은 94주년 3.1절 기념행사 은빛가요제로 시작한다. 참가번호 1번 눈이 안 보이는 철호할아버지......할아버지의 소원은 2개라고 한다. 첫 번째 소원은 조국평화통일이고, 두 번째 소원은 죽기 전에 첫사랑 석화를 만나는 거다. 참가번호 2번 휠체어를 타고 있는 고운 할머니......할머니는 김소월의 '초원'을 낭송한다. 철호할아버지가 외친다......"혹시 석화 아니니?"
시간이 거슬러 철호와 석화의 젊은 시절인 1944년......전쟁의 열세에 몰린 일본의 횡포는 더욱 극악해진시기이다. 철호와 석화는 사랑하지만, 그들의 삶은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가족이, 가족보다는 나라가 먼저였다. 두 사람의 아버지들은 항일투쟁을 위해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했고, 조선에 남겨진 식솔들은 군자금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며 뒷바라지를 한다. 그러던 중에 석화는 위안부에 끌려 가고, 철호는 군수공장에 징발되었다. 해방된 조국에 돌아왔건만 정신대에 끌려간 여자라는 주홍글씨가 석화한테는 새겨지고, 철호는 군수공장 폭발사고 두 눈을 잃고 장애인이 되었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 싸우던 아버지와 힘들게 뒷바라지한 가족들도 죽고 없다. 그토록 바라던 나라는 되찾았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석화와 철호는 혈혈단신 사회적 약자가 되어 버렸다. 오히려 같은 민족한테도 인정받지 못하고 잊혀져 가는 존재가 됐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그토록 헌신했단 말인가?

지금껏 살면서 내가 겪은 가장 가슴 아픈 나랏일은 IMF였다. 하지만 IMF 전에도 우리나라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민주화 운동, 6.25전쟁, 그리고 광복을 위한 항일투쟁......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너무 오래된 일이라 점점 둔감해지고 잊혀져 가는 슬픈 우리의 역사. 지금의 편안한 삶을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누리면서 그런 아픈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은 잊고 살았다.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할 수 있고, 자유롭게 내 생각을 말할 수 있기까지 많은 이들의 눈물과 피땀이 있었다. 그때 그 시절의 그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음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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