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노래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 르네상스 시대 영국 런던에서 우연히 탄생했다면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라는 독특한 상상력을 토대로 만들어진 브로드웨이 뮤지컬 <썸씽로튼>이 지난 오리지널 내한공연에 이어서 한국어 공연으로 다시 선보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오랜만에 공연장을 방문하여 관람하였습니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공연장을 가득 메운 놀라운 모습을 바라보면서, 바텀 형제의 신작 뮤지컬과 함께 중세시대로의 타임슬립을 떠났습니다.
흑사병과 종교적 엄숙함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던 낭만의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런던. 잘나가는 극작가이자 시민들의 수퍼스타 셰익스피어의 인기에 눌려서 가난속에서 차기작을 모색하던 바텀 형제는 새로운 후원자를 물색하며 오늘도 열심히 단원들과 연습에 매진합니다. 신작 리처드 2세로 재기를 꿈꾸던 닉 바텀은 이미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후속작으로 동일한 내용의 연극을 발표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을 위해서 집안일과 부업도 마다하지 않는 아내를 향한 미안한 마음에 대예언가의 조카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를 만나서 미래에 관객들이 열광하는 공연은 무엇인지 조언을 부탁하러 가지요. 정말로 미래를 예언하는 것인지 수상해 보이는 노스트라다무스로부터 미래의 공연은 대사 없이 춤과 노래로만 제작된다는 말을 듣고 히트를 예감한 바텀 형제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어드바이스를 따라서 덴마크의 왕자가 우유와 계란에서 삶의 고뇌를 찾는다는 세계첫 뮤지컬 오믈릿을 선보이게 되는데...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닉 바텀과 라이벌인 셰익스피어의 치열한 대립, 순수한 시인 나이젤과 엄격한 청교도 집안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아름다운 소녀 포샤의 사랑, 남편을 대신하여 남장을 하여 순간순간 바텀 형제를 도와주는 현명한 아내 비아와 엉뚱한 예언을 남발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노스트라다무스, 공연을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후원자를 자처하는 유대인 상인 샤일록과 공연은 사람을 현혹하고 타락시킨다면 반대하지만 정작 자신은 남몰래 즐기며 흥분하는 제레마이어등 다채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처음부터 산으로 향하는 좌충우돌 뮤지컬 탄생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내어 마지막까지 키득 키득 웃으며 즐길 수 있었습니다.
<지킬앤 하이드>, <캣츠>, <노트르담드파리>, <오페라의 유령>등 여러 명작 뮤지컬을 패러디하는 부분부터 우여곡절끝에 바텀 형제의 열정과 노력으로 서서히 뮤지컬의 틀을 갖춰가는 공연의 완성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비극 햄릿을 뒤틀어 계란이 등장하는 오믈릿으로 희화화된 공연이 틀이 잡혀지면서 허풍쟁이 노스트라다무스의 진가가 드러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흥겨운 탭 댄스와 앙상블의 칼군무와 함께 마에스트로의 지휘로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선율의 라이브 음악의 조화는 정말로 뮤지컬의, 뮤지컬에의한, 뮤지컬 팬들을 위한 사랑스러운 찬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모두가 지쳐있는 시기에 남녀노소 온가족이 함께 즐기며 공감할 수 있는 공연으로서 출연 배우님들의 열정과 제작진들의 노력이 객석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던 모든것이 완벽한 뮤지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분들은 물론 뮤지컬이 어째서 지금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활기차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공연을 새해 첫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였습니다. 초대해주신 씨네21 여러분과 멋진 공연을 선보여 주신 관계자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힘들고 우울해서 잠시 일상을 벗어나 마음껏 웃으며 다시 내일을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얻고 싶으신 관객분들께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