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 투 잉글랜드

antipodean 0 2,360 2015.11.24 19:15
본작의 후속편이면서도 먼저 개봉했었던 <트립 투 이탈리아>에 대한 반응을 이미 접했었기에 어떤 분위기의 영화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반복적인(그렇다, 질보다는 양의 문제였다) 성대모사에 질려버린 것은 내가 영국인이 아니어서일까. 성찰이 담겨 있다거나 특별히 지적인 풍모를 갖춘 것도 아닌, 그저 가공할 만한 분량의 수다였기 때문에 더욱 괴롭게 느껴진 것 같다.

그들이 수다를 멈추고 '외로운' 개인의 모습으로 돌아갔을 때 영화는 비로소 우리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업무차 영국 북부의 명소와 식당을 순회하면서 지치지 않는 입담을 계속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강력한 현실의 자장 안에 붙잡혀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수다와 입담은 공허하고 또 공허하게 들린다. 스티브 쿠건이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면서도 여행 중에 두 여자와 밤을 보내는 것처럼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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